봄이 지나가고 있다.

 인수봉 언저리에 가본지도 벌써 2년이 되어간다. 함 가야지 하면서도, 지난번 의철형과의 고독의길 여독을 생각하면 다시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여하튼 반나절 이상 걸어야 하는 산행은 이제 그림의 떡이 되었다.

 운동부족에 말라버린 근육에 한탄만 할 것은 못 되니, 그나마 유일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동네 뒷산이 있기에 나로서는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비행 좀 해볼라구 이런저런 궁리 끝에 장비에 바퀴를 달아 끌고 올라가기도 하는 곳이기도 하니, 아주 완만한 등산로이다.

 서울 같으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다니겠지만, 이곳 촌구석엔 그저 뜨문뜨문 눈에 익은 얼굴들이 가끔 지나갈 뿐 아주 고요하고 한적하기만 하다. 가끔 고라니가 놀라 도망가기는 하지만,. 어찌되었든 새소리와 바람소리에 나를 온전히 숨길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임엔 틀림없다.

 한동안의 고민 끝에 배낭을 지어보기로 했다. 이것저것 자질구레한 건 다 빼도 7kg! 조금 묵직한 감이 있는 글라이더 배낭를 둘러매고는 산행을 시작했다. 이름하야 Walk & Flying, 이 얼마만에 느껴보는 자유로움이던가..!

 그 옛날 패러글라이딩을 시작하면서 늘 생각하던 나의 로망이었다. ‘등산과 비행’ 듣기만 해도 환상적인 이 조합에 마음이 사로잡혔고, 낙향한 후로는 줄곧 뒷산을 무대로 더 넓은 곳을 꿈꾸며 비행을 이어나갔다. 이렇게 될 줄은 모르고서..

 그리고 지금 다시 바다와 같은 구름 위에 올라서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아무일 없듯 그 속을 글라이더로 날아갈 뿐이다. 이제 일요일 아침이면, 배낭 하나 짊어지고 유유자적 뒷산을 오를 것이다. 바람이 맞으면 비행은 덤으로 해도 좋을 것이고, 누군가 벗이 있으면 그것 또한 덤이리다.

 각자의 산을 오르는 후배들의 행운을 빌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