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풀이 미학
뒤풀이는 마무리행사다. 무슨일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이고 마무리를 잘해야 그 일이 온전히 끝났다고 하지 않겠나. 우리가 산행뒤에 갖는 뒤풀이도 그래서 끝마무리의 의미가 있다.
언제부턴가 산악부 뒤풀이의 전통은 그냥 헤어지기가 섭섭해서 갖는, 먹고 마시는 자리가 아닌 꼭 그날 행사에 있어야만 하는 중요한 부분 이된 듯하다. 바쁜사람은 먼저 가고 그저 시간 남는 사람들만 모여서노닥거리는 그런 자리가 아니란 얘기다. 또 산행을 같이 안했어도 보고싶은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되니 좋다.
금년 첫 산행을 관악산둘레길로 정해서 가볍게 한해를 시작해보자는 새회장단의 취지가 산뜻하다. 더욱이 관악산은 우리 동네다. 막말로 눈감고도 올라간다(아시겠지만 이 말은 엄청 많이 다닌다는 우리 산악부내 대표적 과장표현법). 그래서 그랬는지 언뜻 들은 말로 내가 관악산다람쥐란 별명이 붙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그 다람쥐가 쉰-다람쥐로 바뀐 줄 모르냐고 자기들끼리 웃어제낀다. 누가 그런 말을? 누구긴 누구겠어..꼭 남 좋은건 못보는 그 후배일꺼라는 거지... 그래 좋다. 쉰이 50이라면 콜!
어째든 그래서 뒤풀이라도 참여해야겠다는 의무감에 부지런 떨며 뒤풀이장소를 찾아가보니 산행팀들이 벌써 와 있다. 산기운 받은 얼굴에 신수들이 훤해 보인다. 그런데 아무리 예정된 코스를 계산해보아도 강행군이 아니면 올수 없는 시간인거다. 할 수 있는 말이 날개 달린거 아니냐는 농담밖에 없다. 선배님 두분의 대단한 체력을 확인한 순간이기도 했다. 등산팀 9명에 사방에서 달려온 뒤풀이 참석자 세사람 합해 12명이 둘러앉아 돼지해의 덕담을 나누며 1년 산행에 열심히 참여해 보자는 건배사가 오간다.
이 자리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신임총무의 활약. 산행중 두 세차례 목 축이며 왔다는 알콜의 힘 덕분인지 식당안 손님들이 모두 나가자마자 제일 막내의 깜짝 독무대가 펼쳐진 것이다. 산노래까지 곁들이며 쏟아내는 그의 거침없는 언행은 금년 산행의 운영지침이 돼 버린다. 예를들어 정기산행 개근상은 뒤풀이 참가자 포함..록크라이밍팀 참가자도 포함.. 등등 준비된 총무가 나왔다며 모두들 박장대소로 그를 응원한다.
오늘 빙벽팀도 동시출격했다. 일년시즌이 두세달 정도라 일정이 빠듯하니 어쩔수 없이 겹쳐진 행사에 어디로 붙을까 꽤 고민들을 한 모양이다. 어느 팀이면 어떤가. 산악부 식구들이 같은날 움직인 행사에 참여율이 그 만큼이면 성공이라고 새회장단의 첫행사를 격려한다. 그렇게 아쉬운 시간을 뒤로하고 하루 산행의 노곤한 몸을 달래며 지하철 노선에 따라 각자 흩어지면서 다음 산행을 기약한다.
-다음날 일요일 오후 관악산 연주암 툇마루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