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소 : 소청대피소 식당

등장인물: 기칠. 종필. 한식. 길화. 명도. 명진.

영배. 세현. 나

배 경 : ‘예약없이 산장 이용하기’ 대책회의

중대산악부의 맨땅에 헤딩하기문화가 잘 전해져 내려왔다는 실감을 하게 된

사건이 발생했다. 아니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산장예약을 못해 비박을 할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만 모르고 올라온 것이다. 침낭,메트리스 타령을 한 이유를

그제서야 눈치챈 것이다.

멀쩡한 대궐 같은 집을 옆에 두고 비박을 하다니.. 우선 나와 김교수가 접수창구에 가서

상황파악을 겸해 은근히 밀당을 해본다. 나는.. 늙은이의 건강상 어쩌구..김교수는.. 제가

지도교수로서 저쩌구..매년 중앙대산악부의 연례행사로서 경건한 추모산행이 되기 위해

어쩌구 저쩌구..

오늘 백담산장에서 시작된 첫날의 등반일정은 수렴동대피소에서 아점으로 라면을

주식으로 하고 각자 가져온 먹거리들을 선보이는 것이었다. 도착 하자마자

일찌감치 짐줄이기 전략에 경쟁적으로 내놓은 먹거리로 식탁이 진수성찬이다.

며칠전까지 많은 비가 내려서 구곡담계곡의 힘찬 물즐기를 즐기며 지루한 줄 모르고

올라올 수 있었다. 용소.관음폭포에 이어 두 마리의 용이 오르는 모습에서 붙여진

쌍용폭포까지. 구비마다 뿜어내는 에너지의 힘을 받으며 그런대로 힘든줄 모르고

오르다 드디어 봉정암 깔닥고개에서 모두들 진저리를 친다. 오르는 입구에 해탈고개

라고 팻말을 달아놓은 이유가 다 있다.

봉정암 경내는 사람들로 어깨가 부딪칠 정도다. 무슨 행사가 있다는데 엄청 큰 마이크

소리에..동료를 찾는 육성에.. 마치 딴세상에 온 것같다. 지칠대로 지친 몸에 이젠

다 왔지 싶었는데 그 모양이니 더 머무를 생각이 안난다. 그래, 곧 바로 올라치자!

이미 도착한 선발대가 소청대피소에 자리잡고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둘러 앉아 오늘밤을 어떻게 보낼것인가 하는 숙영에 대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고 슬그머니 내가 일어나 접수창구로 왔는데 김교수도 뒤따라와 밀당을

주거니 받거니 시작하게 됬던 것이다.

대원1: 자리가 없으면 비박이라도 하게 해야지~

대원2: 장터목산장에선 통로에서도 재우든데..

대원3: 우리가 못 자면 자기들도 편하게 잘 수 있겠어?

대원4: 하여간 그들이 뭐라해도 한 두사람만 말하고

다들 조용히 해. 신경 건드릴꺼 없으니까~

대원5: 온다! 그냥 가만히 있어 ..침묵..

직원1: 9시에 취침 소등합니다. 모두 정리하시고

들어가세요. 저쪽 아셨죠~~

상황은 이렇다. 대화에 도무지 소득이 없다. 서로가 팽팽한 줄다리기다.

그들도 예약없이 받아줄수 없고 우리도 식당에서라도 자야겠다는 것이다. 기온이 점점 내려가

11도다. 그래서 짐싸들고 식당으로 몰려왔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직원들이

다니면서 여러번 육성 안내방송을 때린다. 식당에 여러 팀들이 옹기 종기 모여 있었지만

모두 우리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았다. 이제 진짜 9시 10분전이다. 뭔가 결판의

시간이 온 것 같다.

대원6: 밖에서라도 비박하라면 좋겠다!

대원7: 여기 식당 안이 제격인데...

대원8: 또 온다! 쉿..

직원2: 에~ 모두 들어가세요... 저기 계신분들...

모두 몇 명이라고 하셨죠?

대원들 합창: 아..아홉명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