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등반가의 꿈길을 다녀왔다.

2016. 10. 1. 07시에 복정역에서 의철이를 만나 천등산으로 출발, 10시 조금 넘어 천등산 건너편 주차장에 도착하니, 부슬비가 오락가락한다.

의철이에게 ‘어디를 갈까’ 물으니 분명 생각해 둔 데가 있을 것임에도 답이 없다. 그럼 내가 정하는 수 밖에. 이름이 그럴싸한 어느 등반가의 꿈길로.

10시 반경 철계단에서 시작하는 첫 피치는 개념도에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던 슬링이 바래서 ‘회색’이 되어 있었고, 바위면에 덮인 이끼가 물을 머금어 몸을 굳게 한다. 마른 날 왔더라면 아무 것도 아닌 데를 ‘안전’을 명분으로 반칙을 써서 올랐다. 기분이 상해 계속해야 하나 싶었지만 좀 더 가보기로 했고 2피치를 마치고 나니 몸도 풀리고 그냥저냥 갈만 했다. 3피치는 개념도 상 난이도가 5.11인데 손 끝만 걸리는 홀드가 살아있어 생각보다 오르기 수월했다. 4피치는 5~6미터 되는 봉우리를 타고 넘어야 하는데 좌측면에서 시작 ,전면으로 올랐다. 5.9나 될까. 5피치는 3피치와 느낌이 비슷했다. 6피치는 그냥 도보로 20미터 정도 걸어가는 길. 끝 부분 평평한 바위면에는 볼트 하나에 하강링을 설치해 놓았는데 이 곳이 종료지점이었다(12시 30분경).

이 곳에서 직하 15미터 아래에 큰 소나무가 있고 그 곳, 그 곳으로부터 직하 28미터 지점 및 그 직하 29미터 지점에 하강포인트가 있어 30미터 하강 3번으로 하강할 수 있었다.

하강을 마치니 1시 30분경 점심을 먹고 한 개 코스를 더 할 생각으로 부근 식당에서 다슬기탕을 먹었는데 이 일이 천려일실로 더 이상 등반하지 못했다. 배 부르니 전투욕이 반감되고 그런 이유로 릿지에서 하늘벽암장으로 계획을 바꾸고 하늘벽 암장을 찾으니, 이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 이끼투성인데다가 모기만 득실거렸고 빗방울이 오락가락하니 생각을 접을 수 밖에.. 주차장에 도착해 출발한 것이 3시 반, 귀경을 마치니 8시 반이었다.

등반은 깔끔하였지만 너무 여유로웠던 것이 흠인 등반이었다. 몇이서 하던 등반을 단 둘이 하다보니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만 어렵고 속도를 요하는 등반은 단 둘이 하는 것도 방법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짧은 시간내에 등반을 마친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