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19. 영배형, 현주와 인수봉을 다녀왔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인수봉을 간다고 하니, 나와 스포츠클라이밍을 같이 하는 동료 중 한 분이 난리다. 땡볕에 어쩌려구 그러냐는 식으로.
그러거나 말거나, 땡볕이 들든 눈보라가 치든 같이 갈 맘 맞는 선후배가 있고 약속까지 했는데 죽을 고생을 하는 한이 있어도 가야지. 이 것이 출발전 가진 내생각이었다.
에델바이스에서 영배형과 현주를 만나 도선사에 도착해 떡하니 기다리는 주차자리에 현주차를 파킹하고 인수봉을 마주하니 인수봉이 사람으로 덮혀 있다. 묘한 일이다. 올 여름 들어 수리산 매바위나 남한산 범굴암에 주말에 사람이 줄었는데. 그런데 가만 보니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피서철이 가까워오며 서울사람들은 설악이나 기타 지방으로, 지방사람들은 서울로 올라오나 보다. 바위꾼들도 여름엔 멀리 떠나고 싶은 게야...
사람들로 북새통인 인수봉 전면을 뒤로 하고 남면 중 만만한 동양길로 코스를 예정하고 동양길 앞에 당도하니 서늘해서 좋았다.
동양길에 이르니 출발지점에서부터 3피치까지 열명 정도가 등반 중이어서 준비해간 먹거리도 먹고 한껏 여유부리다가 동양길 1, 2마디, 그 위로 여정길 두 마디를 하고 내려와 영배형이 바리바리 싸오신 족발과 빵, 긴밥, 과일로 배를 채우고 여정길 1피치, 짬봉길도 하였다. 그리고 현주는 그 동안 등반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는지 코오롱등산학교 이기범 강사가 건 줄에 청맥길 1피치를 하고 내려왔다.
영배형께는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여정길 두 마디를 제외하고 모두 1970년대만 해도 사람의 능력밖이었던 난이도 5.10의 코스를 모셨으니 많이 난감하셨으리라. 그래도 탓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이 코스 저 코스를 도전하는 패기를 보여주신 형님을 가슴에 담았다. 그리고 스스로 다짐했다. 이후 코스 선택에 좀 더 유의하기로.
